이 향수는 이미 예전부터 찜해두고 내 손에 넣겠다는 염원을 오래도록 숙성시켜온 끝에 얻어낸 것입니다.
면세 제품은 100미리로 백화점 용량의 두배에 가격은 1/2 조금 넘지요.^^
예전에 처음 시향했을때의 인상은 독특하다, 중성적이다, 신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개봉후 뿌려본 향은 그때 기억속의 향과는 너무 달라서 이게 아닌데 했어요. 시디신 자몽향이 너무 강해서 동양적인 깊이가 있는 석류향은 가려져서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2주 이상 시간이 지나고 이놈이 비행기 여행으로 지친 몸을 추스리고 진정해서인지 차츰 마음에 드는 향을 다시 만날수 있었어요.
이거 전에도 인터넷 주문이나 우편으로 받은 향수중에 처음에 알던 향과 사뭇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현상의 이유가 뭘까 궁금하더라고요.
추측 1: 코가 향수에 익숙해져서 좋아지는 것이다.
2: 오는 과정에 흔들려서 향이 변한 것이다.
3: 짜가 향수를 샀다.
4: 내 코가 썩었다.....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볼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좋아하며 즐겨 사용하고 있어요. 이것은 외출용의,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
기기 위한 향수는 아닌거 같아요. 제 향수 구입이 늘 그렇듯 이것도 집안에서 뒹굴때의 기분전환용 향입니다.
그리고 저는 원래 고사리니, 대나무니 흔치 않은 독특한 향에 매력을 잘 느끼고요.
석류는 원래 좋아하는 향이었고 아니스는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지중해 연안에서 나는 약초라네요. (뭔 약초인지는 먹어봤어야....;)
기본은 새콤한 과일과 허브향이지만 다른 향수들의 시원하다, 달콤하다 는 식의 분류에는 속하지 않는, 살짝 다른 맛이 있는거 같아서 싫증 나지도 않고 좋아요.
가끔은 나무통에서 막 꺼내온 과일주 생각이 나기도 해요.
자연향이라고 해서 은은하다고 할수는 없는,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날카롭고 강하게 느껴질 향이라고 생각되요.
지속성은 보통. 탑은 톡쏘듯이 새콤하고 시트러스 기가 좀 빠지고 난 다음의 미들부터는 달큰하기도 하고 성숙하기도 한 향이 배어 있는듯한 발향력으로 머물다 사라지지요.
성숙한 여인네나 남정네의 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잘 키운 나무나 숙성된 과일 시럽같다고나.;
이 중성적인 느낌은 시향지 위에서는 서늘하고 묵직한 감도 있으나 제 체향과 섞여서는 또 귀여운 달콤함이 됩니다.; (이런 케미스트리 덕에 전 달콤한 향수는 따블로; 달아지는 바람에 머리 아파 못써요.)
프레쉬 향수의 병은 다른 향수병처럼 밀봉 처리 되어있는게 아니라 처음에 닫혀있는 마개를 열고 같이 주는 스프레이용 마개를 새로 끼워놓고서 쓰는 거에요. 겉뚜껑
도 없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황당할수 있는 차림새지요.
단일향을 내세우는 프레쉬의 다른 향수들끼리 섞어 쓸수 있다는 컨셉도 그렇고, 병모양을 봐도 그렇고 제겐 왠지 마녀의 마법약 병들을 연상시켜요.
양도 많지만 스프레이용 마개만 돌려 열면 냄비 같은것에 콸콸 쏟는 약병처럼 생겼으니..
그렇다고 이런 패키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간 쓸 향수에 변질이 염려스러우니까요. 욕실에 놓고 쓰는 샤워젤이 돌려여는 뚜껑에 유리병이라는 점에서도 완전 깼지만, 프레쉬의 용기 디자인은 정말 가격대에 부합하지 않는 에로점이 있어요.
바이올렛도 따뜻하고 여성스러운 것이 좋던데 나중에 기회된다면 재구매는 바이올렛으로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