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제대로 된 화장품이라면 가격이 비싼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에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이제 소비자들은 그 가격의 차이가 성분의 차이보다는 결국 "브랜드 값"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 이제는 무조건 고가 화장품만을 찾는 사람들은 예전처럼 많지 않다.
하지만 화장품 매장을 찾게 되면 중저가 로드샵 브랜드이건 고가의 "명품화장품"이건 그 사이에서도 제품마다 가격 차이는 또다시 존재한다.
판매원들은 "이 제품은 이러이러한 성분을 함유하였기 때문에 우리 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비쌀 수밖에 없다"라며 그 가격을 정당화하는 주장을 펼치고, 옆의 친구는 "아무리 화장품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괜히 돈 아낀다고 너무 싼 걸 쓰면 피부 상한다구~"라며 부추겨, 결국 그 매장에서 좀 더 비싼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동일한 브랜드내에서도 2~3배의 가격 차이를 만드는 그 화장품 용어가 정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구입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에센스가 함유된...
에센스가 함유된 SK-ll 파운데이션, 에센스가 들어간 시슬리 로션 등등
모두 "고가의 특별한 성분을 넣은 화장품 = 에센스"라는 믿음을 이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센스 성분"이란 건 없다. 화장품의 활성성분(ex. 비타민 C)들은 에센스건 로션이건 마스크건, 심지어 클렌저까지 모든 종류의 화장품에 사용 가능하다. 한마디로 "에센스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성분" 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센스가 에센스로서 작용하기 위해선?
1. 활성성분이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일정량 이상 함유하며 (%)
2. 활성성분이 피부에 깊숙이 침투하도록 환경을 조절하고 (pH, 수용성 활성성분이라면 수용성 베이스)
3. 전체 성분구성에서 활성성분의 피부침투/작용을 "방해하는" 성분(ex.보습성분들)들이 얼마나 "최소한으로 사용되었나"가 에센스와 다른 제품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설사 "에센스가 들어간 파운데이션"이 1번요소를 충족한다 할지라도 돌가루, 색소, 왁스, 오일성분들이 잔뜩 들어가는 제품의 특성상 2, 3번의 요소에서 걸리게 된다.
결국엔 에센스가 들어간 화장품이라는 것은 유동식을 구입하기 위해 죽집에 온 손님에게 공기밥을 5천원에 팔면서 "이 공기밥에는 죽 성분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1석2조"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원액함유
원액이 들어간 에센스는 그 자체가 활성성분 덩어리라는 이미지를 준다. 당연히 가격도 높게 책정되어 페이스샵에서 칼렌듈라 에센스는 7천원대이지만 티벳버섯발효원액을 넣었다는 에센스는 4배가 넘는 3만원대이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광고대로 귀한 티벳버섯 결정체일까?
성분표를 보면 버섯원액은 수많은 보습성분들이 나열된 한참 뒤에 아데노신(일반적으로 0.04% 함유)과 나란히 위치해 있다.
즉 아무리 원액이라 할지라도 그 원액이 화장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농축
고농축 에센스라고 하면 마치 활성성분이 그 화장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활성성분의 종류에 따라 함량은 천지차이다.
대표적인 주름개선 기능성 성분인 아데노신은 식약청 기준 최소함량이 0.04%이며 레티놀 2500 IU 는 % 로 환산하면 0.075%... 모두 1%가 채 되지 않는다.
키엘의 파워풀-스트렝스 라인-리두싱 컨센트레이트는 비타민 C 10.5%의 고농축 에센스임을 내세우고 있다. 언뜻 10%란 숫자가 꽤 높은 함량인 듯 보이긴 하지만 콜라겐 합성에 초점을 둔 비타민 C 화장품계에서 10%는 "최소함량"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비타민 C 전문브랜드는 15%를 기준으로 둔 지 오래다. 10% 라면 비타민 C를 처음 접해보는 입문자들게 적당한 농도.
그렇다면 원액함량 90%가 넘는다는 에센스들은?
이들의 성분명을 보면 대개 "갈락토미세스(피테라의 성분명) 여과물" "달팽이 점액 여과물" 등 이렇게 "여과물"이란 이름이 붙는다. 이 여과물이란 의미는 원래 활성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만들기 위해 용매에 희석한 형태를 의미한다. 물론 이 여과물 속에 활성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기업비밀"이므로 아무도 알 수가 없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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