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여년전만 해도 피부과는 대부분 비뇨기과를 병행했기 때문에 환자들도 중년의 남자들이 많았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우중충한 병원이었다. 왠만해선 가고싶지않은, 게다가 등뒤로는 남성 성기그림과 종양 같은 것을 잔뜩 얼굴에 달고 있는 남성의 사진을 붙여놓은 방안의 남자 선생님에게 피부의 탄력과 화이트닝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피부과는 비뇨기과를 과감히 버리고 성형외과와 결합. 외양으로는 브랜드화, 내부적으로는 호텔로비 뺨치는 공간연출을 하고 있다. 피부과의사는 TV, 잡지등의 매체에 등장하여 메디컬적인 조언 (기미치료, 여드름치료,기타 피부질환..) 에서부터 화이트닝, 클렌징, 안티에이징관리까지....의사 자격증을 가진 미용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엔 각 피부과마다 자신들의 브랜드가 붙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인터넷, 드럭스토어, 심지어는 홈쇼핑까지 진출해있다. 소비자들은 "피부과 의사가 만든 화장품" 이란 것에 이것은 일반 화장품들과 뭔가 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구입을 한다. 피부과 전문의들이 썼다는 미용관련 책들도 많이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된 미용정보를 바이블처럼 신봉하는 여성들도 많다. “피부과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라고 시작하면서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조차 불경하게 여긴다.
몇 달전 겨울, 은행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여성지를 읽고 있었다. 요즘은 왠만한 애독자 미용상담도 피부과 의사가 도맡아서 한다. 한 독자가 적은 “겨울이 되니 피부가 건조해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은 달랑 2줄. “모이스처라이징 크림을 바르세요. 건조하면 2배로 바르세요” 헛참..요새 왠만한 화장품 까페 회원들도 저런 답글은 올리지 않는다. 피부건조감이 있는 사람이 설마 질문하기전에 크림바를 생각을 안했을까...그럼 건조감에 따라 크림을 바르는 횟수만 늘어나면 된다는건가? -_-
게다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건조는 단순히 건성피부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겨울에도 왕성하게 피지분비를 하는 지성피부에도 나타난다. 이 경우는 대부분 지루성 각질이 피부를 덮고있기 때문에 수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피부안쪽으로 바짝 쪼이는 느낌이 든다. 이 상태에서 크림만 듬뿍 발라봤자 번들거림은 늘어나고 보습은 안된채 뾰루지만 더 생길뿐이다.
요즘엔 30대 초반의 젊은 의사들은 미용산업이 얼마나 큰 시장인가를 알기 때문에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학교에서 배운 피부의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응용이 더욱 쉬울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가 만들었다는 닥터화장품”을 기획해주기 위해 몇차례 만난 피부과 전문의들은 대부분 화장품과 데일리, 위클리케어에 대한 지식에 대해선 왠만한 여성들보다도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얼마전 방영된 동안선발대회에서 동안인 사람들이 된장찌개를 즐겨먹는다고 했다. 여기에 피부과 의사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의사선생님이 그러셨는데 피부가 젊어지려면 된장찌개를 많이 먹어야한데” ..과연? 자자~흥분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길. 된장찌개는 동안뿐만 아니라 이마에 주름살이 푹 패이고 배나온 넥타이부대 아저씨들에게도 선호도 제 1의 점심메뉴이다.
아마 그 의사는 콩단백질이 피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말하고자 했을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음식을 이용해 미용케어를 하고자 한다면 미용에 도움이 되는 성분뿐아니라 전체를 보아야한다. 피부탄력, 보습을 강화시켜주는 것들은 콩에서 추출한 여성호르몬 이소플로빈 혹은 펩타이드등이다. 결코 “찌게” 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녀의 1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900㎎(소금 12.5g)에 달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인 2000㎎(소금 5g)을 2.45배나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된장찌개 1인분의 나트륨함량은 950㎎ 으로 김치등의 반찬을 빼고라도 점심한끼에 이미 하루 나트륨섭취량의 반을 섭취한다. 과다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과 심장·혈관계 질환은 물론 피부에도 결코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퉁퉁 붓는 얼굴과 눈두덩이를 고민하는 사람들. 대부분 그 전날 얼큰한 찌개에 술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밤늦도록 TV 를 보면서 짠 감자칩을 먹었거나 야식을 즐긴 사람들. 혈액안의 소금농도가 높으면 신체는 물을 끌어와 혈액을 희석시키려고 한다. 이것이 얼굴을 붓게 만드는 원인. 결코 좋은 의미의 신체내 수분보유가 아니다. 또한 과도한 염분섭취는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원인이 되며 맵고 짠 음식은 여드름이 있거나 모세혈관이 확장된 피부를 악화시킨다.
또한 그 프로그램에서는 한 동안을 자랑하는 여성(?) 이 자신은 세안을 할때 언제나 아래에서 위로 씻는다고 말했다. 역시 피부과 의사는 중력에 반대로 세안을 하는 것이라 효과적이라며 잘 하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anti-gravity 세안법은 잡지등에서 꽤 많이 소개가 되는데 나는 하루 24시간에서 세안을 할때 1~2분간 위로 잡아 끌어올리는것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지 정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에스테틱에서 하는 모델링 마스크나 피부를 업리프팅 하는 붕대요법만으로도 피부처짐은 걱정없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세안을 할때는 정말 다른 것은 생각지 않고 세안, 그 자체에만 충실하길 권한다. 괜히 피부의 근육이나 진피 처짐을 방지 한다고 위로 세안을 한다고 꼼꼼한 클렌징을 놓친다는것은 어리석다. 세안은 모든 방향을 다 오가며 세안할때 가장 꼼꼼한 세안이 가능해진다. 턱에 고이는 피지, 콧망울 바로 옆의 놓치기 쉬운 홈들은 지그제그로, 이마는 꼼꼼히 원을 만들어 굴리는 것이 좋다. 피부를 업시킨다고 손바닥을 쫙 편 채 슥슥 끌어올리는 동작을 한다면 클렌저의 잔여물을 남기기도 쉽다. 정말 업리프팅을 하루에 2분만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면 괜히 애꿎은 클렌징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집에있을땐 넓은 헤어밴드를 이용해 올백머리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올백헤어로 인해 피부가 살짝 이마 헤어라인쪽으로 잡아당겨지고 피부의 중력방향이 턱쪽이 아닌 귀옆쪽으로 향하기 때문. 여기에 필 오프팩이나 리프팅마스크를 하면 매우 일시적이나마 피부가 리프팅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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