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롯데닷컴, H 몰등 백화점 인터넷쇼핑몰에서 화장품을 “명품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로 검색할때마다 짜증이 난다. 아니 백화점에 들어가서 판매되면 그게 명품? 더욱 더 짜증이 나는건 종종 화장품 관련 커뮤니티에서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파는 화장품이 유럽가면 약국에서 팔더라구요!!!” “어머어머 정말요? 그럼 지금까지 속은거잖아요??”이런 대화를 볼때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화장품을 실체를 보지 않고 어디에서 판매하는가에 그 제품의 가치를 부여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번 3LAB 의 허위과장광고의 하나도 미국 명품 백화점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한 말과는 달리 실상은 한인타운에서 판매가 되고있다는 것. 이것에 격분한 여성들이 이 제품을 부록으로 내놓은 잡지사에 환불소동을 벌리고 있다고 한다. 이 제품이 부록으로 나온 잡지를 10~20개를 샀다는 여성들도 수두룩이다. (물론 부록만 챙기고 나머지 잡지들은 서점 쓰레기통행으로)
일본의 백화점에 가면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파는 일본브랜드 라인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매스마켓을 타겟으로 한 라인은 일본에서는 드럭스토어에서 팔기때문이다.(우리나라의 에뛰드가 중국에서는 백화점에서 파는 것과 유사) 백화점에서 파는 자국내 브랜드는 시장점유율도 그리 높지 않고 톱모델을 기용 TV 나 잡지에서 유난스럽게 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일본의 백화점에 갈때마다 그 한산한 분위기에 (바로 길건너 마츠키요 같은 드럭스토어는 언제나 사람이 미어터지고 있다 ) 과연 이 브랜드들이 더 먹고 살 수 있나 부질없는 걱정까지 하지만 그 제품의 특성을 좋아하는 로열커스터머들에 의해 꾸준히 장수하며 팔리고 있다. 그리고 일본 화장품 랭킹 사이트인 코스메.net 에서 매년 발간하는 "정말 좋았던 화장품" 을 봐도 매년 많은 백화점 브랜드가 상위에 랭크가 된다.
유럽에서의 약국 (파머시) 는 가장 기능적인 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피부과등 병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이 역시 마케팅의 수단일뿐 의약품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라로슈포제를 프랑스에서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유럽의 화장품들은 디스카운트라는 개념이 적다. 따라서 어디에서 팔건 정가를 모두 받고 판다. 그렇기 때문에 백화점의 한 쪽에 “파머시 화장품” 코너가 따로 있거나 백화점에서도 판매를 하고 파머시에서도 판매를 하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다. 결국 소비자는 쇼핑하기 편한 곳에 가서 구입하면 되는것이다.
얼마전 싱글즈에서 낸 "이 브랜드 정말 있을까" 같은 기사를 봐도 얼마나 파는 장소에 집착하며 이 것이 명품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외국의 화장품 마케팅에 무지한 너무나도 한국적인 기사라 아니할 수 없다. 그 기사에 따르면 드럭스토어에도 백화점에도 없는 셀렉스C 를 결국 찾은 곳은 한 화장품 매장의 한코너라고 씌여있었다. (왠지 먼지가 쌓여있는 구석탱이라는 이 어감;;;) 메디컬한 분위기의 병원에서 파는 것도 아니고, 대중적인 드럭스토어도, 고급스러운 백화점도 아닌 그저 "한 화장품매장의 한 코너"...
이건 어떨까.. 이 페이지를 보면 니키힐튼이 이머전C 라는 브랜드를 찾기위해 뉴욕 최고의 호텔 컨시어지에게 의뢰를 하고 이 컨시어지가 사방팔방 연락한 결과 약간 어수선해보이는 한 화장품 매장에서 이 크림을 발견할 수 있다는 (물론 광고성으로 짜고치는 고스톱이지만) 비디오 클립이 나온다. http://www.emerginc.com/press.html 이 클립을 본 한국여성이라면 뭐 이런 어수선하고 잡다한 화장품가게에서 니키힐튼이 화장품을 다 사나..싶기도 할것이다. 만약 이머전C 가 이번 싱글즈 기사의 한 브랜드로 선정되서 추적(!) 에 들어갔는데 고급스파에서 팔리는 브랜드라고 믿고 있다가 뉴욕을 뒤져뒤져 겨우 발견한 곳이 이 화장품가게라면 독자들은 "속았다!!!" 라고 분통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처럼 "우리는 오직 백화점!!!" "의사에게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이라는 여성의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마케팅방법이 아닌 적절한 조건에 부합되는 매장에 딜러쉽을 주는 외국브랜드의 판매수단으로 우리가 그저 "화장품 가게" 라고 생각되는 부티크매장에서 100 달러이상의 화장품을 팔기도 하고 대중적인 백화점 내에서는 30불 미만의 크림이 팔리는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백화점은 단지 판매의 한 유통경로일뿐 그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체 누가 품질을 검사한다는말인가? MD가? )물론 더 고급스럽게 포장될수록 입점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므로 입점이 되는 것은 마케팅의 승리이지 그 화장품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의 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의 높은 가격도 신뢰감을 쌓는데 한 몫을 한다. 당연하지. 판매가격의 30% 를 고스란히 입점료로 내야하고 판매직원들 월급까지 다 챙겨줘야하고 수십억원의 모델료를 줘야하는데 가격이 쌀 수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