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TV 를 보면 미국엔 굉장히 많은 갱생원들이 있어 알코올이나 마약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미국인 내 친구중 하나는 매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저기서 맑은공기 마시고 정신수양을 해서 치료를 하면 뭐하지? 집에 돌아오면 결국엔 다시 마약을 하게 되는걸. 생각해봐, 마약딜러를 하는 삼촌에 이미 마약에 쩔을대로 쩔어있는 아버지, 알코올중독인 엄마, 사고만 치는 동생…이런 환경이 다시 어쩔 수 없이 마약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거야. 갱생원은 순간의 도피에 불과해”
나는 가끔 피부문제가 심각한 여성을 만나면 피부과에서 좀 더 체계적인 치료를 받길 권한다. 필요하다면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것도 조언한다. 그러면 개중엔 “피부과요? 가서 퍼부운 돈만 기백만원이죠. 그런데 딱 다닐 때 뿐이예요, 그만두면 말짱 도루묵이라니까요?” 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짓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피부과에 대한 평은 양 극을 달린다. 가서 돈만 날리고 딱 다닐때만 효과봤다는 사람 VS 어설프게 혼자서 하려고 하는것보단 역시 피부과 가서 치료를 받는게 제일 효과적이라는 사람. 그 누구도 틀리지 않다.
현실을 직시해보자. 피부과를 다녀서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혹은 더 나쁜 결과를 얻었다면 다닐 필요가 전혀없을것이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다니는 동안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얻고 있다.그렇다면 문제는 병원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닐까?
병원에서 아무리 스케일링을 해서 각질을 제거하고 압출을 하고 연고를 발라 치료를 한다고 해도 여드름 치료가 끝나면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탄력크림이다, 수분에센스다 각종 “좋다고 소문난 화장품” 들을 바르기 시작하면 여드름이 다시 생기는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그렇다. 피부과는 갱생원이다...다만 원인분석과 사후관리가 허술한 갱생원..왜냐구? 나는 나에게 여드름 피부관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클렌징부터 아이크림까지 모든 사용제품들의 리스트를 요구한다. 여기에 알코올, 카페인, 식습관등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두 체크를 한다.클렌징 오일, 워터프루프 자외선 차단제는 첫번째 제거대상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러한 것을 체크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부과 의사들이 할 수 있는 화장품 조언이래야 “오일프리 화장품 사용하세요, 영양크림은 피하시구요” 정도일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피부가 내가 관리를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을때에는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것이 좋다. 하지만 내 피부를 끝까지 책임져야할 의무를 가진 사람은 피부과의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운동을 하다가 멈추면 근육이 줄어들고 다이어트를 끝내면 다시 살찌는 것은 당연하다.마찬가지로 피부도 어떤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가, 병원에서 얼마나 최신식의 고가 레이저 치료를 받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나 식생활습관을 걸러내는 과정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마약갱생원을 들락날락 하는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평생을 피부과를 전전하며 여드름 요요현상을 보이는 피부를 한탄하며 살것이다.